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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서 식탁까지 농산물 유통 비용, 누가 부담하나?_2026.10.30

관리자 2026-10-30 조회수 10


 

 장바구니 물가가 오를 때마다 농산물 유통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그러나 소비자가 비싸게 샀다고 농업인이 더 많은 소득을 얻는 것은 아니다. 판매대금에서 선별비와 포장재비, 운송비 등을 빼고 나면 농업인 손에 남는 돈은 품목에 따라 다르지만 겨우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반드시 필요한 농산물의 유통 비용을 지금 누가 부담하고 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농산물은 수확한 상태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어렵다. 크기와 품질을 선별하고, 손상을 막도록 포장하며, 신선도를 유지해 필요한 곳으로 옮겨야 한다.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는 이러한 기능을 공동으로 수행한다. 소규모 농가의 물량을 모아 거래 규모를 키우고, 품질을 관리하며, 소비지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산지의 핵심 기반이다. 이 과정의 편익은 출하농가뿐 아니라 유통업체와 소비자에게도 돌아간다.

문제는 정부나 농협이 일부 지원하지만 대부분 그 비용을 고스란히 농가가 부담하는 구조인 것이다. 영농자재와 포장재, 선별 인건비, 전기료 등 필수 경비가 오르면 농가의 부담도 커진다. 게다가 일반 기업은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반영하려 하지만, 개별 농가는 수급과 경매, 구매자의 거래조건에 따라 정해지는 가격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생산한 농산물의 가격을 농업인이 결정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생산비와 유통비가 올랐다고 출하가격을 그만큼 높일 수는 없다는 얘기다. 소비자가격 상승과 농가소득 감소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이유다.

누구나 안전하고 영양 있는 먹거리를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먹거리 기본권의 핵심이다. APC는 이를 뒷받침하는 ‘먹거리 사회간접자본(SOC)’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도로와 항만의 공공성을 인정하듯, 농산물을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산지유통 기반의 공공성도 인정해야 한다. 시설을 건립하는 투자에 더해 필수 기능이 계속 작동하도록 운영비용을 국가가 책임지는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 공공성을 갖춘 필수 산지유통 서비스의 비용은 국가가 부담한다는 원칙을 세우자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 먼저 지원할 비용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필요가 있다. 공동선별, 안전성·품질관리, 유통에 필요한 기본 포장, 저온관리와 공동물류 등을 대상으로 품목별 표준원가를 산정해야 한다. 아울러 APC의 건립 비용도 운영주체의 부담을 줄여 적극적으로 건립, 먹거리 사회간접자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공공 부담은 농가의 조직화와도 연결되어야 한다. 개별 출하보다 공동선별과 공동물류를 이용할 때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면 농가가 APC에 참여할 유인이 커진다. 물량이 모이면 시설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거래처와의 교섭력도 높일 수 있다. 지원이 공동출하를 늘리고, 늘어난 물량이 다시 단위당 비용을 낮추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소규모 농가도 이 과정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참여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국가가 비용을 부담한다고 소비자가격이 자동으로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지원액이 농가에 부과하던 수수료와 비용을 실제로 얼마나 낮췄는지, 농가의 실질적 소득 개선에 기여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소비지와의 공급계약에도 비용 절감분이 반영되도록 거래조건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물류 표준화와 과잉 포장 축소, 시설 공동이용을 병행해야 한다. 이러한 장치가 갖춰질 때 공공 지원은 농가소득을 지키고 소비자가격의 상승 압력을 낮추는 기반이 된다.

재정의 우선순위를 논의할 여건도 달라지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 등을 반영해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을 2026년 추경예산 415.4조원 대비 +168.9조원 증가한 584.4조원으로 편성했다. 실제 세수는 경기와 기업실적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확대가 전망되는 국가 재원의 일부를 국민 먹거리 공급망의 안정에 배분할 필요가 있다. 

농산물 유통정책이 비용 축소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불필요한 비용은 줄여야 하지만, 선별·포장·저장·운송은 국민에게 안전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다. 이제는 유통비용을 얼마나 줄일 것인가와 함께, 필수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 그 비용의 공공성을 인정하고 국가가 부담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농업인의 안정적 소득과 소비자의 합리적 가격 형성을 함께 뒷받침하는 길이다.

 

출처 : 농업인신문(https://www.nongup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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